엄마가 칼을 사오셨는데...
얼마 전, 어머니께서 백화점에서 칼을 세트로
사 오셨어요.
며칠 뒤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에
전에 쓰던 칼도 버리게 되었습니다
제가 일반 쓰레기 봉투에 넣어서 버리려고 하자,
아빠는 '이 자슥아~
거기 버리면 나중에 분리수거 해 가시는 분들 다친단 말야~'
이렇게 호통을 치시면서 '칼은 일단 들고 내려갔다가 나중에 밑에서 종이 한 장 주워서 그 종이에 말아서 버리자'라고 하셨어요.
그렇게 해서 저는 일반 쓰레기봉투를 들고,
아빠는 한 손에 칼을 다른 손에는 의류 수거함에 버릴 헌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.
1층으로 내려가는 도중 5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었고 5층에 사는 훈남 오빠가 탔습니다.
훈남 오빠가 슬그머니 제 옆에 바짝 붙어 서더군요. . .
내 가슴은 왠지 두근두근…….
그런데, 훈남 오빠가 3층 버튼을 눌렀습니다
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.
'띵동 3층입니다.
' 엘리베이터가 3층에 섰어요.
그런데, 문이 열리는 순간~
훈남 오빠가 제 손목을 잡고 엘리베이터
밖으로 미친 듯이 내달렸습니다
'어머~어머~ 왜 이러세요?'
저는 놀라서 소리쳤죠.
'잔말 말고 뛰어~
방금 너 뒤에 어떤 미친놈이
칼 들고 서 있었어~'
저는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해명도 못하고
훈남 오빠와 손을 잡고 달리기만 했습니다
'아빠 미안해요~…….'
한참을 달리다가 오빠가 뒤를 한 번 스윽 돌아보더니
'으악~~
으아아아아악~~~'
엄청난 비명소리를 지르며 이번엔 아예 제 손을 놓고 빛의 속도로 도망가는 게 아니겠어요?
저도 뒤를 쳐다봤죠.
아빠는 한 손에 칼을 들고 몇 오라기 안 되는
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미칠 듯한 스피드로 쫓아오고 계셨습니다.
'이 놈아~
내 딸 내놔라~이 놈아~~~'
졸지에 엘리베이터에서 어떤 놈에게 딸을 빼앗긴 아빠는 극도의 흥분 상태였어요.
결국 동네에 경찰차가 오고 나서야 사건은 마무리 되었습니다
달아난 훈남 오빠가 경찰에 신고했더라고요.
전 그 사건을 계기로 그 오빠와 친해졌습니다만,
우리 아빠는 아직 그 오빠를 싫어하시는 것 같아요.
조용한 동네에 경찰차까지 오게 된 사건으로 아빠는 아파트 주민 분들에게 제대로 눈도장 찍으셨고...
며칠 전에 동대표가 되셨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