한창 급식 먹을 때였는데 유난히 가위를 자주 눌렸음. 기가 허했는지 근 1년 동안 하루 걸러 눌릴 정도였는데 얼마나 지독했냐면 보통 가위가 깨서 자세를 바꾸거나 장소를 바꾸면 다시 안 눌리는데 이때는 그것도 소용없을 정도임. 내 방에서 자다 가위 눌리면 거실도 갔다가 또 눌리고 부모님 계신 안방도 갔다가 할 정도였음.


 


게다가 계속 눌리다보니 헛것도 보게 됐는데... 항상 똑같은 여자가 천장에서 날 내려다보는 거임. 머리가 긴 걸 보면 여자 같은데 애매한 게 얼굴 부분이 너무 까매서 얼굴 자체를 본 적이 없음. 얼굴이 안 보이니까 뭘 보는진 모르겠는데 그냥 느낌적으로 아 얘 나 보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었음.


 


이런 상태로 반년쯤 지나서 알게된 게 내방에서 가로로 자면 잘 안 눌리는데 세로로 자면 무조건 가위에 눌린단 거임. 침대없이 바닥에서 자니까 수틀리면 자세가 돌아가니까 이제 잘 못참겠더라고.


 


우리 아버지는 귀신 안 믿는 편이고 나도 내 방에 귀신 나온다 뭐라 하기도 쪽팔려서 그냥 가위 눌려서 피곤하다고 했는데, 아버지는 바닥에서 자서 그런가 하고 내 방에 침대를 놔줬음. 그때 집안 사정이 좋진 않아서 저렴한 중고침대를 놔줬음. 아직도 기억남. 15만원.


 


신기한 게 이 침대 두고 가위를 거의 안눌리게 됨. 하루 걸러 눌리던게 주 1회로 줄었는데 또 금방 풀림. 여자도 더이상 안나오고 너무 좋았음.


 


근데 어느날 핸드폰을 잃어버렸는데 분명 전날 집에서 사용한 게 마지막이었으니 있어도 집에 있겠구나 하고 그냥 그 상태로 학교에 감. 그땐 스마트폰도 아니었고 별기능없는 피쳐폰이니까 딱히 상관없었음. 하루 종일 학교에 있으니 큰 불편함도 못 느꼈던듯.


 


그 상태로 이틀 정도 폰 없이 다녔는데 친구가 갑자기 나한테 혹시 폰 누구 빌려줬어? 이러는 거임. 아니 잃어버렸는데 왜? 하고 물었는데 얘가 나 폰 잃어버린 줄 모르고 저녁에 매점 가자고 전화를 했단거임.


 


 


야, 지금 매점 갈 건데 정문으로 나와!


.....


ㅇㅇㅇ아?


......


ㅇㅇㅇ이 폰 아니에요? ㅇㅇㅇ아? 너 어디야?


...나 여기 있어.


 


이러고는 그냥 끊겼다고 함. 친구랑 나랑 둘다 소름돋긴 했는데 밖에서 잃어버린건가 싶어서 그냥 넘어갔음. 그리고 그 다음날 청소기 돌리다가 핸드폰 발견했는데 내 방 침대 아래에 있더라. 전화기록 확인해보니 전날 저녁에 그 친구랑 통화한 기록도 남아있었음.


 


이때 진짜 소름 돋아서 한동안 거실에서만 잤음.


 


후에 이사 갔는데 어차피 중고고 이사가는 김에 새로 사자고 해서 침대는 버리고 갔음. 이사간 집에서는 가위 한번도 안눌림.